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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Epilogue] 은퇴의 변(辯) [7] 2024.07.11 6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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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은퇴의 변(辯)>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결과지향적인 삶을 살지 말고, 과정이 행복한 삶, 과정에 충실한 삶을 살자.’입니다. 이것을 갑자기 요즘 들어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언제부터일까 생각해보니 약 2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워낙 강렬한 경험이어서 날짜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2022년 5월 25일 새벽이었습니다. 풀셋 강의가 한창인 시기였는데, 새벽 4시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맥박이 미친 듯이 뛴다는 생각에 가정용 혈압계로 혈압을 재보니 180/100 정도가 나왔습니다. 맥박도 분당 100회가 넘었구요.
물론 전조증상은 그 전날 저녁강의 때 있었습니다. 30분짜리 상담을 10개 정도 마치고 강의 직전이 되었을 때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오늘 강의를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억지로 어렵게 강의를 마치고 차를 몰고 집으로 와서 피곤해서 그런가 라는 생각에 고카페인 커피를 입속에 들이 붓고 잠자리에 들었던 것입니다.
혈압과 맥박이 미친 듯이 오르는 경험은 처음이었지만,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런저런 검사를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만 했습니다. 심장내과에서는 커피를 끊으라고 했고, 신경과에서는 또 그런 상황이 되면 먹을 수 있는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주었습니다.
몸이 허약해져서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에 저는 한의원으로 향했고, 여러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며 1~2주 정도를 보냈습니다. 물론 누구도 저를 대신해 강의를 해 줄 수는 없었기에 저는 응급실에 간 날 당일에도 의자에 앉아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1~2주 정도를 보내며 점점 괜찮아지나 했던 몸은 갑자기 똑같은 증상을 보였고, 그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제자들과 통화를 해 본 결과 제 증상이 ‘공황’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한 결론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정신과 문턱을 넘고 싶지 않았던 저였지만 혈압과 맥박이 이유 없이 빨라질 때면 창밖을 바라보며 뛰어내리고 싶다, 죽고 싶다는 충동마저 느꼈던 저였기에 저는 살고자 고민 없이 정신과 문턱을 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자의 소개를 통해 너무나도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공황장애 스펙트럼의 매우 초기단계에서 병원에 왔기에 약도 매우 적게 써도 되고, 회복도 빠를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약을 복용한 이후에는 쏟아지는 졸음 등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공황증상의 재발이 없이 풀셋 강의를 무사히 마쳤고, 약에서도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정신과에서 처음 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던 약 30분간의 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유복한 환경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그래도 경제적인 위기, 건강상의 위기를 겨우겨우 이겨내며 힘겹게 살았던 10대, 20대, 30대에는 공황 같은 것이 없다가 왜 40대에 들어와서, 왜 하필 지금, 변호사가 되었고 수강생도 가장 많은 이때에, 한창 일해서 더욱 성장해야 할 이 때에 공황이 왔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너무 억울하다고 말하는데 저도 모르게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컵 하나를 보여주시며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컵에다 물을 부으면 언젠가는 넘치겠지요. 그런데 동주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큰 사람이에요. 그래서 어릴 때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다 안고 살면서도 한계가 오지 않다가 이제야 넘친 거에요. 이제는 삶을 돌아볼 때라고, 이제는 자신을 돌볼 때라고, 잠시 쉴 때라고 신호를 주는 거지요.”
그간 저는 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너무 뚱뚱해서 외모도 별로였고, 공부를 곧잘 하긴 했지만 고2때부터 시작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성악으로 음악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꿈도 포기했고,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는 전공도 살리지 못했고, 사법시험 도전에도 계속 실패했지요. 서른 네 살에 뒤늦게 로스쿨에 입학해서 천신만고 끝에 변호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상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었기에 항상 더 나은 “결과”만을 향해 달려오며 제 상황과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산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공황이라니. 제게는 너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데, 선생님의 위로는 참으로 큰 전환점이 되었고, 이때부터 저는 삶을 바꿔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항상 어떤 결과를, 목표를 설정해놓고 그것을 성취해나가는 것을 삶의 싸이클로 삼고 있던 제게, 목표도 중요하고 필요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목표를 성취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지요.
누군가는 어른답지 못하다고, 나약하다고, 지금 너의 상황에서는 더 달려야 할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공황은 제게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나아가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매일 매일을 더 의미 있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에게도, 아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되었고,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짧게나마 자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아들과 둘이서 함께 한 두 번의 제주여행은 제게 정말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상담에서도 학생들의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습니다. 제가 공황을 경험한 덕분이겠지요. 그 전까지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보면 사실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공황을 경험한 이후로는 학생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클까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면서 조금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두 번째는 최근에 많이 하고 있는 것인데, 바로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힘들었던 기억만 가득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 안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특히 요즘엔 종종 로스쿨 3년을 떠올려 봅니다. 그 전까지는 고통만 가득했던 3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입학 전부터 졸업 후까지 쭉 돌이켜보면, 동기들과의 좋았던 인연, 어려운 부분을 이해했을 때의 성취감 등이 떠오르며 그래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제게는 힐링의 시간이 되는 것 같구요.
여러분은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마흔 살이 넘은 사람이 철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정말 행복하신가요? 저는 요즘 여러분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됩니다. 로스쿨 진학, 변호사시험 합격, 법조인의 목표라는 결과지향적 삶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물론 목표가 없는 삶을 살자는 극단적인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대부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그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소진되는 삶을 살고 계신 것은 아닌지 마음이 쓰입니다.
로스쿨 진학이든, 변호사시험 합격이든, 여러분에게 주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 여러분의 삶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여부를 결정짓지는 못합니다. 삶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여러분 자신이든 타인이든 여러분의 삶을 함부로 성공이나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여러분이 지금 리트를 준비하는 과정, 이것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미있게 달려가는 과정, 그것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리트가 여러분의 삶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정하도록 놔두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여러분을 향한 가장 큰 제 바램입니다. 누군가는 법조인이 되고, 누군가는 법조인이 되지 못하겠지만, 전자면 성공이고 후자면 실패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각자의 삶은 다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끝으로,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몇몇 분들께는 상담을 통해 이미 말씀드린 적도 있지만, 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추리논증 강사의 자리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제 송무 변호사의 삶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헤아려보니, 일곱 시즌동안 리트 수험생들과 함께 해왔습니다. 그 중 첫 2년은 송무와 강의를 병행했고, 나중 5년은 강의에만 집중했습니다. 이제는 송무로 돌아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더 늦으면 쉽게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큰 결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7년은 제게 분수에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많은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았고,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습니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구요. 송무만 계속 했다면 절대 경험할 수 없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제 강사로서의 마지막 시즌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이번 시즌을 보내며 제게 가장 깊은 인사이트를 주셨던 한동일 변호사님의 신간 ‘그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책을 구입하였는데, 운좋게도 앞표지 안쪽에 선생님께서 직접 적어주신 문구가 있는 책을 받았습니다. 그 문구로 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하려 합니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와 나의 삶이, 너의 삶이 보잘 것 없지 않다고 말하고 가르친 예수님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잘 있어야 저도 잘 있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 늘 어렵고 막막한 공부를 하면서 힘든 와중에 변호사님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공부하고 강의 들을 수 있었어요~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변호사님의 다음 막에 늘 건강과 안녕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ma***
2024.07.13
- 변호사님, 당신은 뿌리깊은 나무와 같아서 이미 많은 이들이 당신 곁에서 희망을 되찾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직장을 병행하며 새로운 꿈을 꾸는 제게도 큰 희망이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걸어가실 새로운 길에 승승장구 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wlg***
2024.07.14
- 변호사님 덕분에 어려운 공부지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인강수험생인데 .. 강의가 너무 재미있어서 인강을 듣는 시간이 매일 기대가 되기도 했어요. 기초부터 변호사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읽다보니 교수님께서는 겁나더라도,무섭더라도 돌파하고 끝까지 나아가는 .. 대단한 분이세요. 제가 정말 본받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될 수 있게 더 노력할게요 ! 지난 시간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hd***
2024.07.16
- 변호사님 덕분에 두려움이 컸던 추리논증이라는 과목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모니터 너머로도 변호사님의 따듯한 마음이 느껴져서 인강듣는 시간이 나름의 힐링시간였습니다. 변호사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길걷다가 뵙게되면 인강 수강생이라 저를 모르시겠지만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좋은 강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dld***
2024.07.17
- 시험 직전 변호사님의 진심어린 말씀이 정말 위로가 됩니다. 변호사님께서 걷는 그 길이 변호사님 인생의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사회에서 뵈면 인사 드리겠습니다. 응원합니다.
llc***
2024.07.18
- 시험 두 달 전 변호사님 강의를 접하고 파이널까지 함께 마무리 한 수강생입니다. 변호사님 덕분에 많이 배웠고,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불확실하다 생각했던 추리논증 시험에 이제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정말 잘 치고 후배들한테 변호사님 강의를 꼭 추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공지를 보게 되었어요.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은퇴 전 강의를 수강할 수 있었음에 영광스럽다는 마음이 듭니다. 변호사님께서 나아가고자 하시는 길, 모든 길의 끝에서 행복하게 웃으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sim***
2024.07.19
- 인강 수강생입니다. 변호사님 덕분에 27>33으로 올렸습니다. 올해는 로스쿨 갈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lej***
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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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 | 전체 | [Epilogue] 은퇴의 변(辯) | 2024.07.11 | 6487 |
| 다음 | 전체 | 은퇴 후에도 인터넷강좌는 2년간 계속 판매됩니다. | 2024.10.15 | 3657 |









sma***
2024.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