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제대로 읽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문항은 ‘질문’, ‘제시문’, ‘선택지’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시험장에 가서 정신없이 문제를 풀다보면, 대부분의 수험생은 제시문과 선택지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나 ‘질문’ 역시 매우 짧지만 엄연한 문항의 구성요소입니다. 그렇기에 질문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은 일반적인 질문과 특수한 질문으로 나뉩니다.]

먼저, 특수한 질문은 일반화하기 어려운 질문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Y의 소유권자에 대하여 A와 B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2015-08)”과 같은 질문이지요. 이런 질문은 앞으로 다시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해당 문항에만 특별히 사용된 질문이니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질문은 몇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습니다. 일반화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문항의 주소를 알려줍니다. 즉, 어떤 유형의 문항인지를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유형별로 접근 전략을 달리해야 함을 감안할 때, 질문의 유형을 통해 문항 전체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일반적인 질문은 그간 주로 ‘추론’, ‘분석’, ‘평가’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추론’은 언어 추리와 모형 추리를 포함한 추리 문항의 질문으로, ‘분석’과 ‘평가’는 논증 분석, 논쟁 및 반론, 논증 평가 및 문제해결을 포함한 논증 문항의 질문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풀어야 할 문항이 ‘추리’문항인지 ‘논증’문항인지도 모르고 푸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재시생 상담을 하다보면, 유형에 대한 이해가 무지한 학생들을 꽤나 만나게 됩니다. 질문만 읽어도 이 문항이 어떤 유형인지를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이 유형을 지시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지요. 법학적성시험 안내서를 한 번만 읽어봤어도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물론 저는 강의 때 워낙 질문을 강조하기 때문에 최소한 제 수강생들은 그런 지경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최신 기출은 추리 영역 질문을 조금 더 세분화하였습니다.]

최신 기출(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은 언어 추리 중 ‘원리 적용’ 유형의 문항에 관한 질문을 별도로 써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칙>에 따라 [규정]을 <사례>에 적용한 것으로 옳은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2024-02)

기존의 일반적인 질문은 “추론” 내지 “판단”(둘 중에는 추론이 최근에 훨씬 더 많이 사용한 질문 키워드입니다)을 사용했는데, 최신 기출을 보면 언어 추리 중 원리 적용 문항은 질문을 통해 명확히 특정을 해주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다음은 출제기관이 분류한 추리 문항 공식 분류입니다.

정리하자면, 다소 예외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추론”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질문은 대체로 언어 추리 중 함축 및 귀결(논리학ㆍ수학과 규범 소재 문항을 제외한 인문, 사회, 과학기술 소재 언어 추리 문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과 모형 추리 문항 전부를 지시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적용”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질문은 언어 추리 중 원리 적용 문항을 지시한다고 보면 됩니다.

[논증 영역 질문은 선택지와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논증 영역의 질문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출제기관이 분류한 논증 문항 공식 분류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중 먼저, ‘문제해결’, 즉 역설해소는 거의 출제되지 않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또한, ‘논증 평가’는 강화 또는 약화 문항을 제외한 논증 평가 활동을 일컫는 것인데, 역시 큰 의미는 없어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또한, ‘구조 분석’, ‘반론 구성’은 비교적 질문이 명확한 편입니다.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논증의 구조를 분석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024-25)

“B의 논증에 대한 반론이 될 수 있는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2024-22)

그렇다면, 이제 남는 것은 논증 분석 중 요소 분석, 논쟁 및 반론 중 논쟁 분석 및 평가, 논증 평가 및 문제해결 중 강화 또는 약화입니다.

이 중 요소 분석과 강화 또는 약화는 그 대상이 ‘논증’입니다. 따라서 제시문이 ‘논증’ 형태일 경우 질문에 ‘분석’이 있으면 요소 분석, 질문에 ‘평가’가 있으면 강화 또는 약화로 보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시문이 ‘논증’ 형태가 아닌 ‘논쟁’ 형태를 가지고 있을 때입니다. 분명 유형의 명칭이 논쟁 분석 및 평가이기에, 선택지에서는 분석과 평가를 다 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한쪽만 물을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질문만 봐서는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시문을 읽기 전에 선택지를 가볍게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4-13]을 예시 문항으로 삼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분석”과 “평가”로 구성된 질문의 경우 제시문의 종류가 “논증”인지 “논쟁”인지를 잘 살펴본다면, 유형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좀 더 자신감 있게 문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어떤 분들은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질문 분석까지 해봐야 하느냐며 반문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질문이 어떠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아마 0.1초조차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해당 문항이 어떠한 유형인지도 모른 채 무턱대고 제시문부터 읽어가면서 잔뜩 공포감에 질려가는 것보다는 질문의 키워드를 체크한 후 내가 풀어야 할 문항이 어떠한 유형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을 잠깐이라도 거치는 것은 인지적인 측면이나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큰 안정감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유형별로 기출 문항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단순히 문항이 어떤 유형인지를 안다고 해서 답을 바로 찾아낼 수는 없겠지요. 내가 파악한 문항의 유형에 관한 축적된 이해가 시험장에서 새로운 문항과 만날 때, 유형에 대해 무지한 사람보다는 문항을 훨씬 더 수월하게 해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수업은 항상 이러한 방향성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보통 새해 초에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질문의 키워드 체크를 통한 문항 유형 파악과 같이 디테일한 것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남들이 경시하는 것, 건성으로 보는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아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수험생의 관점에서 출제자의 관점으로 전환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