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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논증 칼럼 연재] Break The Frame 3. 1번부터 40번까지 순서대로 풀 필요는 없습니다.
[1번부터 30번까지 열심히 풀고 나머지 10문제는 거의 찍다시피 한 채 전사(戰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재시생 상담을 할 때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1번부터 30번까지 열심히 풀고 전사(戰死)한 케이스입니다. 아무런 전략 없이 본고사에 임한 것이지요. 출제자는 단 한 번도 1번부터 40번까지 순서대로 풀라고 한 적이 없는데, 스스로 출제자가 부여한 문항의 번호에 매여 하나하나 열심히 풀다보니 중간중간 어려운 문제까지 꼼꼼하게 다 풀어가며 시간을 낭비한 탓에 벌어지는 대참사입니다.
문제를 푸는 순서라도 바꿔보지 그랬냐 라고 물으면,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물론 제 수강생 중에는 그런 분들이 없지요. 저는 항상 문제 푸는 순서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결과적으로 본고사에서 순서대로 풀더라도, 한번쯤은 문제를 푸는 순서에 대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진 것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해볼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하니까요.
[추리논증 본고사의 문항 순서별 구성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추리논증 본고사는 지난 몇 년간 일정한 문항 순서 배치 패턴을 따라 왔습니다. 물론 예외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만, 대체로 “규범-인문-사회-논리학ㆍ수학-과학기술”의 순서를 따르고 있습니다. 즉, 문항의 소재(내용영역)별 구성을 따르고 있는 것이지요. 참고로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 홀수형 문항의 배치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문항 번호
내용영역 (법전협 공식 분류)
문항 개수
01~13, 16
규범
14
14~15, 17~23, 25~26
인문
11
24, 27~32
사회
7
33~35
논리학ㆍ수학
3
36~40
과학기술
5
단일 내용영역으로는 규범이 덩치가 가장 크지요. 그 다음이 인문, 사회, 과학기술, 논리학ㆍ수학 순입니다. 매년 대체로 이 순서를 따른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래도 문과 베이스 시험이다보니, 과학기술, 논리학ㆍ수학 쪽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문과인 분들은 그냥 순서대로 풀고 논리학ㆍ수학과 과학기술 쪽을 남기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전략입니다. 논리학ㆍ수학과 과학기술 쪽에도 문과생들이 풀만한 문항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규범, 인문, 사회 쪽에도 문과생들도차 풀기 어려운 문항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내 점수가 정체되어 있거나, 현재 주어진 문항의 등장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문제 풀이 순서를 바꾸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아야 합니다.]
저는 현장강의 수강생들의 경우 신청자(희망자)에 한해 2개월에 1번 정도씩 대면상담을 진행합니다. 이 때 40문항 중 몇 문항을 풀지에 관해 논의할 뿐만 아니라, 문제 풀이 순서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합니다. 순서대로 푸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 굳이 바꿀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나,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 풀이 순서라도 바꿔보면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규범부터 푸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인문(주로 14번 내지 15번 즈음)이나 사회(주로 27번 내지 28번 즈음)부터 풀어보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인문, 사회를 통칭하여 ‘논증’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은데, 이는 인지활동유형과 내용영역을 구별하지 못하고 잘못 이야기하시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칼럼을 통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조문과 같은 형태를 많이 가진 규범보다는 인문이나 사회가 잘 읽히는 글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에 시험 초반에 수월성을 확보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과 베이스인 분들에게는 과학기술부터 풀어보는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물론 과학기술을 다 푼다는 전제보다는 어려워 보이는 문항 1개 정도를 넘어간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지요. 아무래도 본인이 대학 4년 내내 익숙했던 소재의 글들부터 만나다보면, 긴장도 좀 풀리고 정답에 대한 확신도 조금 더 가지게 되어 시험 후반부까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모형추리(33번~35번)의 경우 일종의 ‘브릿지’로 써보라는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아무래도 텍스트 형태로 된 문항을 10문항 이상 만나다보면 소위 말하는 ‘뇌정지’ 상태가 많이 찾아옵니다. 이 때 두뇌 전환 겸 분위기 전환 겸 모형추리 중 풀만한 문항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는 것이지요. 규범과 인문 사이에 모형추리 1문항 정도를 풀면서 지문 독해의 로드를 잠시 줄여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문제 푸는 순서에 관한 경우의 수는 더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능동적인 자세입니다. 내가 어떤 순서로 문제를 풀 때 가장 안정성이 크고 결과가 좋은지를 기출문항이나 모의고사 등을 통해 끊임없이 테스트해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전국모의고사나 학원모의고사에는 최대한 많이 응시해서 이런저런 문제풀이순서 시나리오를 연습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풀어가면서도 중간중간 문제풀이 순서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는 순서대로 풀면서도, 디테일하게 조정하는 일종의 ‘절충안’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하고도 부담스러운 1번 문항의 경우, 강화 또는 약화 문항이 출제되면 오답률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딱 떨어지는 추리 문항이 아니라 어느 정도 상대적 판단이 가미되어야 하는 강화 또는 약화 문항이다보니, 긴장되었으면서도 몸과 두뇌가 덜 풀린 상황에서의 정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1번과 2번 중 더 만만해 보이는 문항을 먼저 풀어보라고 합니다. 어차피 한 면에 두 문제가 눈에 보이는데, 무조건 왼쪽의 문제를 먼저 풀 필요는 없으니까요.
맨 첫 페이지와 맨 마지막 페이지를 제외하면, 시험지를 활짝 펼쳤을 때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문항은 총 4개입니다. 예를 들면, 3번, 4번, 5번, 6번 등 4문항이 한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조건 3번, 4번, 5번, 6번의 순서대로 풀 것이 아니라 네 문항 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문항부터 풀어도 됩니다. 그렇게 푼다고 감독관이 뭐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출제기관은 여러분이 어떤 순서대로 풀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으니까요.
선지의 형태를 기준으로 아주 살짝 조정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보기>형 문항과 ①~⑤문항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최근에 출제기관은 추리논증에서 <보기>형 문항의 출제비중을 압도적으로 높여 놓았습니다.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의 경우 <보기>형 문항은 ㄱ~ㄷ까지만 선지가 있는데(ㄹ까지 있는 문항은 하나도 출제되지 않았습니다.) 무려 34문항이나 출제되었고, ①~⑤ 형태의 선지를 가진 문항은 겨우 6개 밖에 출제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선지를 최대 5번 판단해야 하는 문항보다는 선지를 최대 3번 판단해야 하는 문항 위주로 먼저 풀어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점수 상승을 위해서는 어떠한 시도도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그간 매우 안타까웠던 상담들 중에는, 제가 먼저 문제풀이 순서 조정에 대한 의견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에 하던 방식이 좋다거나, 한두번 바꿔보고 점수가 떨어지니 안하겠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제대로 된 시도조차 해보지도 않고 그냥 하던대로 해서 평소에 맞는 그저그런 점수를 또 받아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라도 해보겠다는 절박함이 있다면, 문제풀이 순서 하나를 바꿔보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시생의 경우 반드시 문제 풀이 순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합니다. 또한 초시생의 경우에도 한번쯤은 내 문제 풀이 순서가 나와 가장 잘 맞는 옷인지 반드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현장강의 수강생 분들은 제가 상담을 하면서 직접 이야기해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문제 풀이 순서에 대한 고민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민하고 나서도 나는 순서대로 푸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냥 그런 것까지 고민하는 것은 귀찮고 나는 열심히만 공부하면 순서는 별로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결과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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