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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논증 칼럼 연재] Break The Frame 2. 40문항을 전부 풀 필요는 없습니다.
[1문항 당 3분, 적성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추리논증 시험 시간은 총 125분입니다. 이 중 OMR 답안지를 기입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5분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실제 40문항을 푸는 데 주어진 시간은 120분입니다. 즉, 모든 문항을 풀이하려면 1문항 당 3분의 시간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추리논증 문항 중 아주 쉬운 문항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3분 만에 풀 만한 문항은 그렇게 많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 40문항을 메가로스쿨 기출문제 해설집의 정답률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입니다.
난이도 상
(정답률 50% 이하)
난이도 중
(정답률 50% ~ 80%)
난이도 하
(정답률 80% 이상)
8개
25개
7개
3분 만에 큰 무리 없이 풀어낼 수 있는 문항은 7개 정도라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난이도 하 문항이라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물리량, 즉 글자 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2023. 7. 31.(월) 발표한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시행결과 보도자료에서 추리논증의 전체 글자수를 ‘4만자’ 이하가 되도록 하여 수험생이 문제를 읽는 부담을 덜도록 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이것은 그나마 예년에 비해서 전체 글자 수를 소폭 줄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체 글자수가 4만자 이하라고 하니 거칠게 4만자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문항 당 1,000자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각자의 읽기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1,000자를 읽는 데에만 적지 않은 시간이 들 것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모든 문항을 푸는 것은 마치 수박 겉핥기식으로 모든 문항을 건드린 다음, 스스로 “그래도 나는 모든 문제를 풀기는 했어.”라고 위안을 삼는 것에 불과합니다.
[어려워 보이는, 어렵게 느껴지는 문항은 굳이 풀 필요가 없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어떤 한 문항을 풀다가 10분, 심지어 15분이 흘러가서 시험을 망쳤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이것은 특정 문항이 어려워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를 일단 다 건드려 보자는 식의 무리한 접근이 불러온 참사입니다. 물론,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쉬운 문제도 있을 것이고,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대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다보면, 누구에게나 어려운 문항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규범 소재 문항에서 계산을 많이 해야 하는 문제
○ 사회 소재 문항에서 경제학을 베이스로 출제한 계산 문제
○ 논리학ㆍ수학 소재 문항에서 수리추리 문제
○ 과학기술 소재 문항에서 표나 그래프가 등장하는 문제
이러한 경향은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에서도 어느 정도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표는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 40문항 중 난이도 상 문항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문번
정답률
대분류
내용영역
비고
05
48%
논증
규범
효용(+)과 비용(-) 등장
09
31%
추리
규범
주행거리, 적립포인트 계산 필요
12
23%
추리
규범
돌림자 사용 규칙 적용 필요
31
41%
추리
사회
두 가지 시간의 길이를 비교해야 함
33
48%
추리
논리학ㆍ수학
수리적 계산 필요
34
47%
추리
논리학ㆍ수학
복잡한 경우의 수 계산 필요
35
23%
추리
논리학ㆍ수학
수리적 계산 필요
39
22%
추리
과학기술
스핀 업 전자에 관한 그림 2개 등장
이런 문항들은 일단 처음 만나면 진입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차피 어려워서 손을 대도 틀릴 가능성이 높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문항들을 건너뛰고 끝까지 다 풀고 나서도 시간이 남으면 당연히 건드려 봐야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모든 문항을 풀지 않아도 좋다는 전제가 있어야지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40문항을 다 풀겠다는 전제를 가진 사람은 아무리 문제가 어려워보여도 무조건 풀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35±2 전략을 써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저는 강사 데뷔 초(2017년 9월)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학생들과 1:1 상담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통계적으로 깨닫게 된 자산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중 제게 거의 참인 명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추리논증은 “35±2 문항”만 풀어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조금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까 살펴본 표를 봅시다. 2024학년도 법학적성시험 추리논증 40문항 중 난이도 상, 즉 정답률이 50% 이하인 문항의 개수는 8개였습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저 8개를 풀지 않고도 충분히 32개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저 8문항을 풀지 않으면 시간 역시 크게 절약될 것입니다. 물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문항을 보자마자 난이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표적인 예시들을 들어 설명 드린 것과 같은 문항들 위주로라도 거르는 전략을 사용해 보는 것은 분명 모든 문항을 다 건드려 보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전략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태생적으로 문제 푸는 속도가 느린 분들께는 최소한 30개 이상만 풀어보자고 도전합니다. 30개 이상만 풀면서 어려운 문항들을 최대한 많이 피해간다면 로스쿨 진학이 가능한 점수를 어느 정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서기 때문입니다. 또한, 태생적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야만 속이 시원한 분들께는 적어도 3개 정도는 풀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모든 문제를 다 건드려봤다는 만족감 이상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결과를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한 학생도 37개만 풀었습니다.]
올해 여름에 있었던 일입니다.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한 제자가 인사차 제게 찾아왔습니다. 강남캠퍼스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나눴던 대화 중 일부를 제가 기억나는 대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아, 너는 추리논증 다 풀었니?”
“아니요. 3문제 안 풀었습니다.”
“3문제는 어떤 문제들이었어?”
“모형추리 3문제를 다 안 풀었습니다.”
“그래? 근데 너 PSAT까지도 연습 많이 하면서 모형추리 대비하지 않았니?”
“네. 그렇긴 한데 시험 당일 날 문제를 풀다보니, 시간이 부족하더라구요. 그래서 과감하게 모형추리 3문제 다 안 풀고, 과학기술 쪽으로 넘어가서 끝까지 풀었습니다.”
이 친구의 리트 점수는 154.8점이었고, 추리논증 원점수, 즉 정답개수는 36개, 추리논증 백분위는 99.3이었습니다. 37개를 풀고도 36개를 맞춘 것입니다. 이렇게 고득점을 하는 친구도, 자신이 평소에 열심히 준비한 유형조차 다 풀지 않았는데, 이 친구보다 평범한 대다수 학생들이 추리논증 40문항을 다 풀려고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리스러운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전적인 전략은 어떤 문항을 풀지 ‘않는’ 것도 포함합니다.]
이런 문제의식들을 바탕으로 저는 수업에서의 기출 분석을 통해 어떤 문제들을 풀지 않을 것인지, 어떤 문제들을 조심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지속적으로 강의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다음은 초시 때 24개를 맞았지만, 재시 때 제 수업을 듣고 30개를 맞아 이화여대 로스쿨에 진학한 제 제자의 수강후기 중 일부입니다.
“기본이론 강의와 심화 강의에서 대다수의 기출 문제를 모두 다룰 수 있었습니다. 사후적인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난이도별로, 또 유형별로 나누어 실전에서 문제를 만났을 때의 접근법을 알려주는 생생한 강의가 제 성적 상승의 주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40문제를 모두 푼다는 것은 제게 어려운 일임을 인식함과 동시에, 모든 문제를 ‘정석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업 전 예습을 할 때 문제를 풀 때 걸린 시간을 표시하며 특히 어려워하는 유형을 파악하였고 문제별 난이도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의 수업을 들으며 풀지 않을(또는 뒤로 미룰) 문제를 고를 수 있었고 애매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최대한 정답률을 높이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법전원 공식 해설서를 주로 하여 진행되는 기출 문제 분석 강의를 통해 출제자의 눈으로 보며 출제 의도를 파악하여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제 수업은 이렇게 차원이 다른 수업입니다. 실전적인 전략은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40문항을 다 풀 수 있어도 그것이 고득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바꿔야 합니다. 제 수업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함께 바꿔나갑니다. 무작정 바꿀 수는 없으니 설득이 필요하지요. 기출 분석은 그래야만 합니다. 그것이 강사의 역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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