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 전체 [N수생 합격수기] 여러분께서는 힘들지 않게 길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2018.12.24 1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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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길을 찾는 데 오래 걸렸지만,
여러분께서는 힘들지 않게 길을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전남대 로스쿨 조OO
전공 : 식품영양학/ GPA : 3.57/4.3 / LEET : 110.6/ Toeic 905
1. 여는 글
졸문(拙文)을 통해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OO입니다. 우선 부족한 제자의 수기를 받아주신 문덕윤 선생님과 대단치도 않은 이의 졸문을 봐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법률가가 되는 첫 관문인 로스쿨 입학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계시는 여러분이 본인의 원하는 바를 이루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리 뛰어난 필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법률가가 되기 위해 그간 거쳐 온 기나긴 시간들을 풀어냄으로써 미약하나마 여러분께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전해드릴 이야기는 제 스스로가 로스쿨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한 2013년 5월로부터 햇수로 4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의 발자취들입니다.
제가 걸어왔던 길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지향하는 바, 그리고 개인의 역량이 모두 다르기에, 길을 헤쳐 나가는 난도(難度) 역시 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길도 있었음을 서면으로나마 전함으로써, 혹여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 글을 읽으신 어떤 분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 번쯤이라도 생각하신다면, 이 글은 그것으로 소기의 목적을 이룬 셈이고 저 역시도 기쁠 것입니다.
2. LEET 준비
2-1. LEET 준비 1년차, ‘좌충우돌’
저는 로스쿨로의 진학을 확고히 굳힌 2013년부터 2014년 말까지, 부족한 학점을 채우는 한편 로스쿨 진학 준비에 필요한 정보들을 모으는 데 주력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부분들에서 실수를 했었습니다. 하나는 제 실력에 대한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였고, 다른 하나는 제 역량을 잘 끌어올릴 수 있는 강의를 찾는 데 실패한 것이었습니다.
전자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자체적으로 풀어본 2015년도 LEET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에서 각각 27개, 15개를 맞았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제가 추리논증이 절대적으로 낮게 나왔으니 여기를 보강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그 이후의 평가였습니다. 언어이해는 기본 실력이 있으니 힘을 좀 덜 들여도 될 것이라 생각했고, 추리논증은 기본서의 내용을 듣다보면 오르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는 데서부터 실패했던지라, 리트에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후자의 문제, 즉 저에게 잘 맞는 강의를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저는 2015년에 본격적인 리트 준비를 위하여 종합반을 등록했지만 리트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고, 더군다나 제게 맞는 강의인가를 잘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달려든 바람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 해 4월에 추리논증은 김우진 선생님 수업으로 옮기는 등 혼선을 빚었고, 리트 공부의 방향성을 못 잡은 만큼 모의고사 성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해 리트 본시험에서도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2-2. LEET 준비 2년차, ‘태풍 속의 찻잔’
낮은 정량이긴 해도 인서울 미니 로스쿨에 원서를 써보았지만 결국 최종 탈락한 후, 다시금 리트를 준비하기로 마음을 먹고 2016년을 맞았습니다. 이때는 제가 언어이해에서도 그리 크게 두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추리논증에서 논증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공부법을 찾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업을 선택할 때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우선 언어이해는 종합반을 다닐 때 매주 금요일마다 구조독해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을 안내해주셨던 문덕윤 선생님의 강의를 선택했고, 추리논증은 논리학의 원리에 기초한 접근을 강조하셨던 김우진 선생님의 강의를 2015년에 이어서 수강했습니다.
우선 언어이해의 경우, 문덕윤 선생님의 구조독해 방법을 체화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글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전개되고 있는지, 글쓴이가 어떤 의도와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문제 또는 발문에서 ‘기준’을 찾고, 그 기준을 통해 글의 흐름을 잡아가는 연습을 정리노트를 채우면서 꾸준히 했습니다.
그리고 추리논증은 김우진 선생님의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논리학의 기본 개념을 다시 잡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김우진 선생님이 추천하신 스티븐 바커의 ‘논리학의 기초’를 보는 것은 물론 오류론과 논증에 대한 접근법을 체계적으로 잡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모의고사를 풀 때는 틀린 문제들을 중심으로 오답노트를 작성하고, 왜 틀렸는지에 대해 체크를 하면서 오류를 잡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좀 이상하실 겁니다. 내용으로만 보면 잘 준비한 거 같은데, 왜 ‘태풍 속의 찻잔’이 소제목으로 붙어있는지 말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입시생의 불안증세’ 때문이었죠. 위의 방법들을 열심히 따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이 ‘논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아니라 ‘하나라도 더 맞추기’였기 때문에 조급함을 달고 살았습니다. 세 번째 도전은 없다는 생각으로 제 스스로에게 압박을 주다보니, 모의고사에서 한 문제를 더 맞고 덜 맞는 것에 일희일비하곤 했습니다. 태풍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찻잔처럼, 저 역시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꾸 흔들렸던 셈입니다.
이때 리트 본시험의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세 번째는 안 된다는 중압감과 잘 봐야 한다는 강박감이 언어이해 문제지를 여는 순간 터져버렸고,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튕겨나가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언어이해 80분을 허망하게 보내버렸으니, 추리논증 110분이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었습니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저는 이 해에 표준점수 총점 74점이라는 절망적인 점수표를 받아들어야 했습니다. 태풍 속에서 계속 휘둘리던 찻잔이 결국 산산이 부서진 셈이었죠.
2-3. LEET 준비 3년차, ‘정성에서 정량의 원칙을 찾다’
2016년 리트를 망친 후, 저는 약간의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점수가 그 모양이라 원서를 넣어봐야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면목은 없었지만, 그래도 가르쳐주신 두 분에게 안부는 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다른 날짜에 문덕윤, 김우진 두 선생님을 찾아뵈러 갔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문덕윤 선생님이 국회 입법보조원에 지원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주셨고, 그 길로 국회 입법보조원에 지원해서 2016년 9월부터 12월까지 일하게 되었습니다.
국회를 다녀온 후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와중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서로 타협하는 것은 꽤 인상 깊었고, 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목도할 수 있었죠. 특히 국감을 준비할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 의원님 본인이 원하는 테마의 질의서가 나올 때까지 원고를 돌려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어딘지 리트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출제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문제를 푸는 것.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원칙을, 그때서야 깨달은 셈입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우니 한 번 더 준비하라는 부모님 덕분에, 저는 2017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리트에 다시 매진했습니다. 언어이해는 문덕윤 선생님께 다시 구조독해법을 배우면서 단순히 글쓴이의 태도를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고, 그를 위해 글에 어떤 구조를 구축해두었는가’를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모의고사에 돌입했던 5월부터는 지문에서 누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체크하고, 그들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를 파악할 때 논리적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파악된 주장과 근거를 토대로 선택지를 지워나가며 답을 도출하지 않고 정확한 답 하나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다가 잠시 쉬어갈 때는 「철학의 고전 27」, 「지금 다시, 헌법」과 같은 추천서들을 읽으면서 가볍게 구조독해법을 훈련하였습니다.
추리논증은 김우진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서 기본 개념을 다시 복습하는 한편, 연역추리는 조금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실수하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약했던 귀납논증에 좀 더 집중하여 문제에서 근거를 정확하게 잡아내려 했고, 김우진 선생님이 일독할 것을 권장하신 「국가」, 「니코마코스 윤리학」,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방법서설」 등의 고전들을 읽으면서 철학적 개념들에 더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5월부터 시작된 모의고사에서는 그간 만들던 오답노트의 틀을 재정비했습니다. 풀 때 어떻게 접근했는지,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했는지 등을 기록하면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른 태도로 공부에 임한 결과, 5월부터 8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진행한 모의고사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수가 안정적으로 나왔습니다. 리트 본시험 당일에는 긴장하긴 했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차분히 보려고 노력했고, 언어와 추리에서 각각 24, 23개를 맞으며 2016년 리트보다 약 40점 가량 상승한 표준점수 110.6점으로 세 번째 리트를 마무리하였습니다.
2-4. 자기소개서, ‘나를 드러내는 특별전시식 자소서 쓰기’
세 번째 리트에서 원서를 쓸 수 있는 점수를 얻은 뒤, 저는 문덕윤 선생님의 자소서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문덕윤 선생님의 첨삭지도를 통해, 왜 법률가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지를 담아내기 위해 뼈대를 다시 구축하고 그에 맞게 내용을 담담하게 녹여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어떤 법률가가 되고자 하는지, 그 모습을 명확히 그려야 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대체로 많은 분들이 자신의 학부와 연결하여 자소서를 작성하듯, 저 역시도 식품영양학 전공을 엮어 식품 전문 변호사를 제시해볼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식품영양학보다 사회학을 배우면서 법학의 중요성을 더 많이 느꼈었기에, 식품 전문 변호사를 모토로 자소서 초안을 쓰면서도 내내 찜찜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첨삭 과정에서 문덕윤 선생님께 지적을 받았고, 식품 전문 변호사보다는 국회에서의 경험을 엮어서 입법ㆍ법제에 도움을 주는 법률가가 되겠다고 제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지도를 받았습니다.
문덕윤 선생님의 첨삭에서 힌트를 얻은 저는 단순히 ‘변호사’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법률가’라는 더 큰 틀에서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법률가가 입법과 법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빠르게 브레인스토밍 하였고, 그에 맞게 인권법 관련 시민단체, 학내 학생자치활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원 등에서 얻은 경험을 ‘입법과 법제에 도움을 주는 법률가’라는 큰 틀에서 유기적으로 엮어낼 수 있었습니다. 몇 번의 첨삭과 퇴고를 더 거친 후,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없이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마구 나열하는 식의 박물관식 자소서가 아니라 입법과 법제에 특화된 법률가가 되는 길과 관련해서 어떠한 길을 거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특별전시식 자소서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건 여론이긴 합니다만,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무정성인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만약 본인이 지금 한창 리트를 준비하고 있는 와중인데 무정성이라면 리트에 집중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늦었을 때가 이미 늦었다고 하는 누군가의 명언대로, 사실 리트 준비에 한창 몰입해야 하는 시기에 정성 요소를 마련한다고 동분서주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차라리 그런 분들은 본인이 왜 법률가가 되고자 하는지, 그 상(像)을 잘 정립하시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만약 무정성이지만 아직 리트에 뛰어들지 않았거나 이후 뜻밖의 타격으로 다시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이 있다면, 미리 정성 요소를 챙겨두셔도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스스로 정성 요소가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찾아두었고, 덕분에 많은 경험을 얻어 자소서에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양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결국 본인이 원하는 법률가의 상(像)에 맞지 않거나 거리가 먼 내용들은 쳐내야 하고, 무리한 스케줄로 체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이 많다고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니, 정성 요소가 적더라도 자소서 내용이 알차게 되게끔 준비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3. 닫는 글
로스쿨로 들어서는 문을 여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지만, 그 시행착오를 빠르게 줄이고 들어갔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나 2019학년도부터는 리트가 한 달 더 앞당겨져서 치러지고 로스쿨 입시가 반드시 정량으로만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 만큼, 이 글이 여러분께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글이 많이 길었습니다. 다시 한 번 법률가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여러분의 무운과 건승을 빌며, 기나긴 졸문을 읽어주신 데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법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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