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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안녕, 2013년.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2013.12.31 2536


2013년의 마지막 포스팅입니다.

오늘은 책이야기 겸 올해의 마무리 인사가 되겠네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하고 보내시나요?

저는 가족들과 함께 소소하지만 따뜻하게 지나는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려고 합니다.

오늘 날씨가 풀려서 해맞이 가신 분들도 덜 고되겠구나 싶어서 좋습니다.

 

오늘은 마무리를 위한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굳이 달력의 마지막 날이 아니더라도 우리 삶에는 여러 번의 끝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끝남의 뒤에는 어김없이 시작이 다가오네요.

어찌 생각해 보면 시작, 끝이라는 단위는 사람이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 위해 만들어 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멈춤, 그리고 쉼은 복잡해진 생각을 다듬고 새로운 추진력을 끌어내기 위한 도움닫기니까요.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정희재 저, 2010)

     

정희재 선생님의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잠시 멈춤이 필요할 때,

복잡한 삶의 와중에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어릴 적에는 어른이 되면 뭔가 엄청난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세상이 얼마나 험한 곳인지,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혀 우아하지도 멋지지도 않은 악다구니가 필요한지를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어른은 삶에 지치고 외로운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책을 만났을 때가 좀 그런 시기였습니다.

“삶에 지치고 외로운 당신에게 안부를 묻다.”는 문구가 가슴을 치더군요.

읽어 내려가면서 여러 번 울었고, 책이 내 마음을 안아주는 시간이 제게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정서는 올해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죠. '응답하라 1994'와 맞닿아 있습니다.

응사 좋아하셨던 분들,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하고 헛헛하실텐데, 이 책 읽어보시면 좋을 겁니다.

영상으로 볼 때와 글로 읽을 때의 맛이 또 다르거든요.

드라마는 영상의 흐름에 정서가 따라간다면, 글을 읽을 때는 내 정서에 읽기의 속도를 맞출 수 있잖아요.

 

 

 

도시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이방인의 정서를 느낍니다.

그리고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댈 수 있는 둥지를 찾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올해 말 응사앓이를 하면서 행복했었고,

살면서 잠시 잊어버렸던 20대 초반, 어설펐고 삐딱하고 치기 어렸던 제 청춘이 생각 나더군요.

저 역시 20살에는 광주에서 상경한 학생이었습니다. 애써 촌티를 벗으려고 삼천포처럼 애써 봤던 기억도 나고요.

‘시내’라는 표현을 썼다가 서울 토박이들에게 면박을 들었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게 참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지방 학생들은 촌티를 벗고 서울 사람에 섞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락카페에 들어가려다 번번히 뻰치를 먹었던 삼천포와 해태였지요.

나름 멋을 낸 모습이었는데 계속 락카페에 못 들어가고 결국 남자끼리 비디오방에 가서 투캅스를 보더군요.

어찌나 웃겼는지, 그런데 저는 이분들은 보면서 좀 짠했어요.

웃기면서 어째 슬픈, 웃픈 감정이었습니다.

 

 

 

2013년 이들은 서울 사람이 되었더군요.

서울 사람이 되어, 각자 어른이 되어 삶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극의 판타지를 책임지고 있는 칠봉이 덕에 60평짜리 아파트에서 집들이를 하고 있습니다만

(39세에 서울에서 보통 샐러리맨이 이런 집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그건 드라마니까.

 

응사가 사람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지금 우리의 보편적 정서를 울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하숙집이 원룸으로 바뀐 것처럼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들이 잃어버리게 된 공동체의식,

우리’의 가치를 <응사>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 가치를 정감 어리게 복원하고 보여주는 데는 사투리가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응사>에서는 전남 여수, 순천, 경남 마산, 경남 삼천포(사천시)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제각각 다른 사투리를 쓰면서

지지고 볶아 가면서 함께 어울렸습니다.

학생들은 하숙집 주인 성동일을 “아버지”라고 불렀고, 하숙집 안주인 이일화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응사>는 ‘1990년대 복고’를 시청자들이 회상하고 즐기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잊고 지내던 공동체의 정서인 포근함, 기댈 곳에 대한 향수를 건드린 것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개인의 삶에서 생존은 지상과제가 되었고,

대학생들은 하숙 대신 원룸에서 지냈고, 1인 가구는 26% 육박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도시 인구는 점점 늘어났지만, 도시 안에서 사람들은 더 외로움을 느끼고, 혼자서 힘들어 했던 겁니다.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와 <응답하라 1994>의 정서는 바로 이 점에서 맞닿아 있고,

접점의 정서는 우리 모두 한 자락씩 품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여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거죠.

저 역시 나정이 남편찾기보다는 90년대의 에피소드들이, 하숙집 캐릭터들의 삶의 이야기가 더 즐거웠습니다.

 

오늘의 책이야기는 조금 편안하게 풀었습니다.

1월부터 로스쿨 시험을 준비하는 여러분은 ‘이머징 어덜트후드’의 시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1994년 미국 University of Maryland의 심리학자 아넷(Arnett, Jeffrey Jensen)은

 '이머징 어덜트후드(emerging adulthood)'라는 새로운 생애발달단계 개념을 소개했는데,

이는 청소년기를 완전히 벗어났지만 완전한 성인은 되지 못한 시기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연령으로 볼 때, 보통 약 20세에서 31세까지의 청년들이 이 단계에 해당됩니다.

아넷의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성인으로 생각했던 수많은 20대 젊은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진정한 성인'으로 지각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인기 정체감 혼란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과거와 달리 교육기간이 늘어나고 결혼이 늦춰지고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개인의 고민이 점점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성인기 정체감 혼란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그리고 이것이 더 건강하고 진정한 성인기로 이행하는 발달과정이라면

(그리고 정도가 지나쳐 일상의 기능마저 해치는 오랜 혼란과 방황이 아니라면),

오히려 어느 정도 길을 잃고 방황하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올해의 수험이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탐색과 모험의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모험의 과정에서 소중한 성장을 이뤄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지난해를 단단하게 여며 두고,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격려하는 12월 31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4년은 힘들지만 보람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2014년 12월에는 합격이라는 복된 소식이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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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잡설

1. 오늘 책이야기는 그냥 제 개인 블로그에 쓸까, 너무 가벼운 얘기는 아닐까 조금 망설였던 소재입니다.

그런데 올해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조금 편한 얘기와 함께 여러분에게 마감 인사 드리고 싶어서 그냥 썼습니다.

정색하고 공부해야 하는, 앎의 즐거움을 주는 책 이야기는 새해에도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

 

2. 응사의 재미에는 나레이션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카타르시스를 느겼던 부분, 그러니까 눈물 한 방울 떨어지는 지점은 대부분 나레이션 파트였어요.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나레이션,

마지막 회의 너무나 많은 분들이 좋아하셔서 다들 인터넷 기사에서 한번쯤은 보셨을 것 같지만

제가 한번 더 곱씹어 보기 위해서 한번만 더 옮겨 쓰겠습니다.

 


2002년 6월 19일 신촌하숙이 문을 닫았다.


그렇게 우린 신촌하숙의 처음이자 마지막 하숙생이 되었다.

특별할 것도 없던 내 스무살에 천만이 넘는 서울특별시에서 기적같이 만난 특별한 인연들.

촌놈들의 청춘은 북적대고 시끄럽게, 그리하여 기어코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곳.

우린 신촌하숙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들을 함께했다.


울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고, 가슴아프고.

저마다 조금씩 다른 추억과 다른 만남과 다른 사랑을 했지만

우린 같은 시간속 같은 공간을 기적처럼 함께했다.


지금은 비록 세상의 눈치를 보는 가련한 월급쟁이지만

이래뵈도 우린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 X 세대였고,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한땐 오빠들에게 목숨을 걸었던 피끓는 청춘이었으며,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모두를 경험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70년대의 음악에,80년대의 영화에 촌스럽다던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이상 어리지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2013년 12월 28일. 이제 나흘뒤, 우린 마흔이 된다.

대한민국 모든 마흔살 청춘들에게

그리고 90년대를 지나 쉽지 않은 시절들을 버텨

오늘까지 잘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 이 말을 바친다.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사랑해 보자고 말이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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