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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책이야기 제2화]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2013.12.09 1798

책이야기 제2화 : [사유형]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광화문은 참 재미있는 공간입니다.

서울시청이 있고, 신문사가 모여 있고, 구한말의 역사가 벌어진 곳이어서일까요

과거의 역사가 조용히 쌓여 있는 정동 일대와 현재의 목소리가 역동적으로 꿀렁거리는 시청 광장이 맞대어 있는 이 곳이

서울의 역사를 압축하여 모자이크처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수궁 돌담길 차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길을 참 좋아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그리 강하지 않고, 차도가 보도블록으로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차들이 운행 속도를 줄여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었고, 기능적으로는 조금 불편한 공간일지 몰라도

서술시립미술관과 정동길, 덕수궁을 끼고 있는 공간은 조금 느린 길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서울시에서 덕수궁 돌담길 차로를 이렇게 바꾸셨네요.

 

 

차량과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기능적인 이유 때문이라는데,

저는 왜 이 공간이 멋도 없고 맛도 없는, 공무원스러운 공구리로 보일까요?

시원하게 잘 뚫리다 못해, 허전해 보이는 새삥 아스팔트가 당혹스럽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뒷사정이 있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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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덕수궁 돌담길 아스팔트 확장 공사가 주객전도인 이유

 

2013-11-28 08:39:08 강정욱 기자 | koljjang@todaykorea.co.kr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오래전부터 덕수궁 돌담길은 수많은 연인들이 거쳐간 서울의 전통적인 데이트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대법원과 가정법원이 자리하고 있어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던 연인들은 헤어지게 된다'는 근거있어 보이는 낭설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다보면 이곳의 특징을 알수 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길 한편에는 기와집이 있고 바닥에는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있는 곳을 지나다보면 자연스레 전통적 요소의 소중함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다.

 

이는 덕수궁 돌담길이 애초에 이러한 목적을 갖고 조성된 덕분이다.

지난 1998년 서울시는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을 시행하면서 보차(步車) 공존도로의 개념을 도입해 덕수궁 돌담길을 재편했다.

그 결과, 덕수궁 대한문~경향신문사 구간 900m가 보행자 중심 녹화거리로 조성됐다.

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4~5m에 불과한 보도 폭을 8m로 넓히고 9~10m에 이르던 차도 폭을 7m로 줄였다.

최대속도는 '시속 20㎞'로 제한했다.

 

당시 서울시의 현명한 결정으로 바쁜 현대인들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만끽하면서 여유로이 사색에 잠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후대에는 오늘의 덕수궁 돌담길에서와 같이 사색에 잠기는 일이 힘들어 질 수도 있겠다.

 

최근 서울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중구청에서 덕수궁 돌감길의 아스팔트 도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사가 끝나면 아스팔트 도로가 20~50cm 늘어나게 된다.

 

중구청은 이번 공사의 명분으로 해외 관광객들이 타고오는 관광버스가 정차할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을 내세웠다.

도로가 좁아 관광버스의 무리한 진입이 원인이 된 민원도 많이 발생되고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광지의 본래 목적을 생각해보면 중구청이 추진하고 있는 이번 공사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관광지의 사전적 정의가 '경치가 뛰어나거나 사적(史跡), 온천 따위가 있어 관광할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관광지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광을 할 만한 가치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관광의 가치를 더 크게 가진 것은 당연히 돌담길이다. 여기에는 돌담길을 구성하는 모든 전통적 요소가 총망라됨은 물론이다.

 

아스팔트 도로도 특정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에 따라 관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돌담길보다 관광적인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아스팔트 도로는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보는게 더 알맞을 것이다.

 

이런 덕수궁 돌담길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관광객 버스가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불편이 있어도 전통적 가치가 더 중시되는게 당연하다고 본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덕수궁 돌담길의 아스팔트 도로 확장 공사는 확실한 주객전도(主客顚倒)라 볼 수 있다.

협의로는 관광가치가 있는 요소에 대한 주객전도(主客顚倒)이고

광의로는 전통과 현대의 공존에 대해서 이뤄진 주객전도(主客顚倒)다.

협의의 주객전도(主客顚倒)인 이유는 객(客)인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주(主)인 관광지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의(狂意)의 주객전도인 이유는 덕수궁 돌담길의 돌담길은 단순히 돌로 이루어진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돌담길은 우리내의 지금까지 역사를 모두 겪은 역사의 산증인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를 전통의 산증인이라 표현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과 현대의 공존에서 우선되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단언컨대 전통이다.

이는 과거없이는 현재도 없다'는 당연한 진리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

 

여기서 서울시가 보차 공존 도로로 덕수궁 돌담길을 선정한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당시 서울시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서 전통을 조금 더 존중해 준 것이다.

 

이렇게 전통을 중시하는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럽이다.

유럽에서는 도시 전체에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들어선 경우도 쉽게 발견된다.

 

심지어 프랑스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인 오라두르 쉬르 글란 전체를 그대로 복원하고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나치 친위대에 위해 모두 학살당했다.

이런 아픈 역사를 후대에 간직하기 위해 프랑스는 일부러 이 지역을 원형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후대에도 과거에 있었던 일을 알려 교훈으로 삼기 위함이다.

 

이런 점은 유럽인들의 내면에 전통과 현대에 관한 확실한 우선순위가 정립돼 있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전통과 현대의 가치 중에 전자를 우선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경우 그동안 개발논리에만 지나치게 집중해 전통보다는 현대의 편에 섰다.

한반도 전역을 둘러보면 이는 쉽게 증명된다.

전통적 건물인 한옥을 찾는 일보다 현대적 건물을 찾는 게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덕수궁 돌담길은 또 다른 이유로 빛이 났다고 볼 수 있다.

덕수궁 돌담길이 한반도의 중심인 현대적 도시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하며 전통을 지키는 우직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편리한 것 만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은 불편해도 전통과 국민들의 향수를 지켜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것 같다. 

덕수궁 돌담길 아스팔트 확장공사를 환영하는 이들은

당신들과 달리 생각하는 또다른 의견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주객전도(主客顚倒)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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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노트르담 대성당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곳은 관광버스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시테 섬 입구에서 내려 걸어서 성당까지 와야 합니다.

관광 버스는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에 세워야 합니다.

관광객의 편의보다는 문화적 전통을 우선순위에 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문화적 전통 때문에 사람들이 그 공간에 오는 것입니다.

기능적으로 편리하기 때문에 머무르는 것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는 것이 문화정책의 독특한 부분일 것입니다.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는 유럽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의 사례를 소개한 책입니다.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김정후 저, 2013, 돌베개)

 

우리는 폐공장, 폐쇄된 교도소, 폐선 부지 등을 혐오 시설이나 흉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갈아 엎고 새로 짓는 것을 창조라고 생각합니다.

 

중랑천과 서울 르네상스 홍보사진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 창조의 이미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업그레이드하는 것, 새롭게 만들어내는 미래지향적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는 갈아엎는 대신 새로운 접근을 합니다.

'산업유산'이라는 정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존의 쓰임에 새로운 의미를 덧대어서 재창조를 하는 겁니다.

 

그랬더니 고가 폐선 부지는 시민의 일상으로 들어가 공중 산책로가 되었고,

감옥은 호텔이 되었습니다.

 

(자료출처 : yes24)

 

독일의 촐퍼라인 탄광은 1851년부터 1986년까지 135년 동안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석탄과 코크스 제조시설을 갖춘

유럽 최대의 탄관이었습니다.

이 탄광이 문을 닫은 지 24년 만에 기존의 탄광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고,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2010년에는 루르 지역이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되었습니다.

촐퍼라인 탄광 지역은 근대의 흔적과 생명력을 얻은 현재가 모자이크처럼 공존하는 랜드마크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거죠.

 

유형의 물질에 근거한 양적인 성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도 사유의 힘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산업유산을 재활용하는 것은 갈아엎고 새로 짓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책 속 구절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산업유산을 재활용하는 과정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공헌을 한다.

바로 높은 수준의 논의와 협의를 이끌어내는 제도의 확립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산업유산의 재활용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오랜 논의와 치열한 협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결과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도시의 흉물로 전락한 산업용 건물과 시설을 헐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은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임을 맡은 관공서의 입장에서도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논의와 협의 과정이 필요하고,

재활용을 통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새로 짓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든다.

결국 쇠퇴한 산업유산을 성공적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은 한 사회가 더욱 성숙한 논의와 협의 과정을 이루어 가는 훈련인 셈이다.'

 

 

 

에필로그 : B급 잡설

 

1. 서울시청 신관은...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서울시청을 덮치는 쓰나미 같습니다.(신관 완공 당시에 모 건축가가 했던 말이죠)

 

2. 목적지 후딱 도착해서, 사진 뚝딱 박고, 빨리 다음 장소로 실어나르는 것도 여행일 수 있지만

   좀 더 머무르게 하면서 체험하게 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좀 더 도움이 될 것을...

   쇼핑을 면세점에서만 하나요?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추억도 늘어나고 돈도 더 쓰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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