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 전체 [2012 합격수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박하현 학생의 합격수기입니다. 2011.12.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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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박하현 학생의 합격수기입니다.
영어
어릴 적 미국 거주 경험 덕에 영어를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공인 영어 시험을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토익, 텝스에 대해서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당시 가장 자신이 있었던 토플 시험을 선택했는데, 만점은 아니라도 좋은 점수를 받았고, 학원에서도 굳이 더 올릴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중에 점수 환산표를 보고서야 토익 고득점자들에 비해 내가 불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황급히 계획을 수정해서 가장 가까운 날짜의 토익 시험을 봤다. 이 때 운 좋게도 한 번에 만점이 나와서 4월 이후로는 리트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전까지 외국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심리적으로 훨씬 안정이 되었다.
영어 시험 종류와 난이도에 대한 정보를 거의 찾아보지 않은 상태로 수험 생활을 한 것은 실수였던 것 같다. 덕분에 비교적 쉽고 가격도 싼 토익, 텝스를 놔 두고 쓸데 없이 비싼 시험에 돈과 시간을 들였다. 토익이나 텝스(리트 후에 봤으며, 결과도 좋았다) 경험이 없고 모른다는 이유로 겁을 먹었던 것도 바보 같은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상관 없게 되었지만, 이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사실 작년이나 재작년에 성적을 받아놓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뒤로 미루었던 것부터가 잘못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른 자격증은 일찍 받아놓아서 다행이었다.리트
8년 정도 중국에서 유학을 했던 나로서는 리트가, 그 중에서도 언어이해가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소설이나 수필집 등 취미 위주의 독서 외에는 한국어로 책을 읽은 경험도 별로 없었고, 무엇보다 나는 원래 책이든 시든 신문 기사든 천천히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며 쫓기듯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무척 불편했다. 또, 법학을 전공하면서 자주 접했던 단어들이 한자 없이 한글로만 쓰여있는 게 답답했고, 수험 기간 초반에는 머릿속에서 한 번씩 중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곤 했다. 게다가 고등학교 이후로 이과(학문, 그리고 그에 종사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해서)와 담을 쌓았던 나는 우주의 암흑물질 또는 전기 공학에 관련된 과학지문은 보기만 해도 질려버렸다.
문덕윤 선생님에게 구조독해를 배우면서 나의 실력은 많이 나아졌다. 문제를 푸는 요령보다도, 도저히 읽을 수 없던 지문을 어떻게든 파악하는 능력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특히 신기했던 것은 과학지문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문의 내용이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에 쏙 들어온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답을 어떻게 찾는지는 알 수 있었다. 문단에 번호를 붙여 끊어 읽는 습관이 많은 도움이 됐다. 7, 8월에는 “과학 지문은 정답이 확실하고 깔끔해서 좋다. 최대한 많이 출제됐으면 좋겠다”라는 어느 생명공학 전공자의(전 같으면 헛소리로 들렸을) 말에 반쯤 동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시험장에서 예전 같으면 풀 엄두도 못 냈을 전기와 냉장고에 관련된 지문을 짧은 시간에 풀고 답을 다 맞추며 속으로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구조독해가 크게 도움이 됐던 과목은 언어이해보다도 논술이었다. 익숙했던 중국 대입 논술에서는 단순한 주제를 논하며 얼마나 화려한 문장력과 섬세한 표현을 사용하느냐가 관건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의 논술은 길고 긴 제시문 파악이 중요했다. 나는 언어이해 수업을 들으며 논술, 추리논증 자료도 모두 구조독해를 하면서 읽는 습관을 길렀고, 나중에는 웬만큼 어려운 논술 제시문에서도 쟁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시험 당일 지나치게 긴장을 하는 바람에 문제 풀이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초조한 상태에서 시간만 많이 보내고는 다섯 문제 정도를 그냥 찍어야 했다. (그리고는 멋지게 다 틀렸다.) 중간쯤 정신을 차려서 뒷부분은 잘 풀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좀 아쉬운 시험이었다. 하지만 시험 결과와는 별개로 수업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문제풀이를 통해 고급 한국어로 쓰인 글을 많이 접했고, 이를 통해 로스쿨 공부를 위한 기초가 생겼기 때문이다. 입학 후 교재나 기타 자료의 어려운 내용을 자신 있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리트를 떠나서 이러한 훈련은 한국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 코스였을 지도 모르겠다.서류
내가 중국 유학생이라는 사실이 제일 원망스러웠던 때는 리트가 아닌 서류 준비 기간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성적 서류를 떼는 데에도 현지의 지인에게 부탁을 해야 했고, 신청 후 3주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서울에는 결국 마감 이틀 전쯤에야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물론 영어 성적과 마찬가지로 미리 해놓지 않은 내 탓이었지만, 그 때만큼 학교 가까운 학생들이 부러웠던 적이 없었다. 여러 가지 서류를 번역해 공증을 받는 것도 무척 번거로웠다. 동아리 활동 증명은 그냥 포기했다.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만큼은 정말 공을 들여 썼다. 초고에서 마지막 결과물까지 시간을 길게 잡아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반영했다.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유학을 길게 했기 때문에, 성장 배경이나 대학 생활에 대해서는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쓸 수 있었다. 학업, 진로 계획을 세우는 건 까다로웠는데, 그것은 몇 년 후에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구체적으로 쓴다는 생각 자체가 조금 불편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력과 나의 능력, 관심 분야, 학교 특징 등을 생각해서 결국 완성 했는데, 그대로 실현될 거라는 100%의 자신감은 없었어도, 미래에 대해 좀더 자세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소개서를 쓰면서 내가 한가지 고집했던 것은 경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합격생들의 샘플들 대부분이 경어로 되어있었고, 실제로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도 몇 번 들었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글을 보는 것은 아마도 대학의 교수들이겠지만, 내가 쓰는 것은 자기소개서이지, “교수님께 드리는 편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논문, 신문 기사 등과 마찬가지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글은 최대한 간결하고 객관적인 문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나도, 나름대로의 이유로 경어를 사용한 다른 여러 수험생들도 합격을 했으니, 이런 점은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는 것 같다.수험 생활에 있어서 내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됐던 사람들은 부모님이다. 떨어져 살면서도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 이런저런 상담을 해주었고, 진로 결정, 공부, 자기소개서 등 1년간 거쳤던 모든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혼란스러울 때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있다는 점이 성공적인 입시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1년간 많은 노력을 했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돌아보면 후회도 적지 않다. 이런 저런 점수를 떠나서, 이 시간을 좀 더 보람 있게 보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특히 시험 스트레스를 못 견디고 평소 좋아하던 독서를 멀리 했던 것이 가장 아쉽다. 언어이해의 경우, 문학 지문 중 흥미가 가는 소설도 좀 있었는데 나중에라도 찾아서 읽은 것은 한 권뿐이었다. (조경란의 “혀”를 읽었다. 내용이 충격적이라서 그런지 시험 후에도 유일하게 기억에 남았다.) 책을 읽지 않는 시간에 특별히 다른 공부를 했던 것도 아니라서 더욱 아쉽다. 전체적으로 아주 성실한 생활만을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王安石은 “尽吾志也而不能致者,可以无悔矣。”(최선을 다했음에도 이루지 못한 것이라면 후회가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나는 반대로 목표는 이루었지만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라서 후회가 남는다. 그래서 입시가 다 끝나고 쉬는 것도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다.
로스쿨 공부는 입학 준비보다 공부할 양이 많고 훨씬 힘들다고 한다. 어쨌든 입시는 잘 끝났으니 이제는 (두 달만 더 놀고 나서)앞으로의 3년에 집중하려 한다. 졸업할 즈음에는 진심으로 재학 중에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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